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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의 한계와 대안적 공급 모델

by record9717 2025. 6. 18.

서론: 청년 주거 문제의 해답이 되지 못한 정책, 그 원인을 묻다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2016년 서울시가 최초로 도입한 이래, 청년 세대의 주거 부담을 완화하고 교통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공공임대 및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대표적인 청년 주거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본 사업은 지하철 500m 이내 역세권이라는 입지 조건에 집중해 토지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용적률 인센티브와 주차장 기준 완화를 통해 민간 건설사의 참여를 유도하면서도, 전체 물량 중 일부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청년에게 공급한다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정책 도입 8년이 지난 2025년 현재, 역세권 청년주택은 당초 기대와 달리 현장 수요자들의 체감 만족도가 낮고, 공급자 측에서도 사업성을 문제 삼으며 참여를 꺼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실질적인 공급 확대는 제한적이고, 오히려 민간임대 비중이 늘어나면서 본래의 공공성마저 흐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글에서는 역세권 청년주택이 처한 한계점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실제 대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공급 모델을 비교, 검토해본다.

 

역세권-청년주택-사업

민간 중심 공급 구조의 한계와 수요 불일치 문제

역세권 청년주택은 기본적으로 민간사업자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한다. 정부나 지자체는 건축 규제 일부를 완화해주고, 공공기관이 청년에게 임대할 일부 물량을 매입 또는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문제는 민간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익을 추구해야 하며, 공공임대 비중이 높을수록 수익성이 낮아진다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역세권 청년주택은 전체 물량 중 공공임대 비중이 낮고, 민간임대 물량은 시세와 거의 차이가 없는 월세 조건으로 공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조는 실제 주거비 부담을 줄여야 하는 20~30대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으며, 특히 취약계층 청년은 입주 자격에서조차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공급 지역 역시 특정 도심 역세권에 편중되어 있고, 대학가나 산업단지 인근과 같은 실제 청년 수요 밀집 지역에는 공급이 부족하다는 수요 불일치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결국 청년을 위한 정책이라면서도, 정작 청년이 입주하기 어렵고 입주해도 주거 안정이 담보되지 않는 구조적 모순에 직면해 있다.

고밀도 개발 인센티브의 부작용과 지역사회 갈등

역세권 청년주택은 용적률 상향, 건폐율 완화, 주차장 설치 기준 완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 참여를 유도한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 완화는 주변 거주민의 생활환경을 악화시키고, 지역사회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청년주택 신축으로 인해 일조권 침해, 주차난, 학교 배정 문제, 인구 밀집에 따른 소음 문제 등이 제기되며 주민들이 사업 자체를 반대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역세권이라는 입지는 필연적으로 주변에 기존 주거지와 상업시설이 혼재하는 지역일 가능성이 높은데, 과도한 고밀도 개발은 주민 갈등과 행정 충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규모 단지의 경우 한 번에 수백 가구가 유입되기 때문에, 인근의 기반시설 수용 한계를 초과하게 되고, 이로 인해 청년 입주자들도 오히려 불편함을 겪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난다. 정책은 공급 확대를 목표로 하지만, 공급의 방식이 지역의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으면 결국 정책 자체가 실행되기 어렵게 된다.

공급단가와 임대료 간 괴리로 인한 체감 실패

청년주택의 또 다른 문제는 공급단가와 실제 임대료 간의 괴리다. 지하철역 인근 부지는 땅값이 비싸고, 고밀도 설계를 위한 기술적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총사업비가 높게 형성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민간임대 물량을 통해 수익을 회수해야 하는데, 이때 임대료가 시세 수준으로 책정되면 사실상 청년을 위한 주택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멀어진다. 실제로 서울 일부 역세권 청년주택의 월세는 2024년 기준으로 80만~120만 원 수준까지 형성되어 있으며, 이는 일반 원룸 수준의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취업준비생, 비정규직, 대학생 등 실질적인 청년 계층은 입주 요건을 만족하더라도 가격 부담으로 인해 입주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정책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지고, 이후 공급되는 물량에 대한 수요 예측도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구조적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역세권 청년주택은 이름만 남고 본래 목적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대안적 공급 모델: 공공주택 플랫폼과 지역 맞춤형 공급

역세권 청년주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급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첫째, 민간참여 비중을 줄이고 공공이 직접 건설하고 운영하는 공공주택 플랫폼 모델이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LH 또는 SH와 같은 공공기관이 사업 초기부터 토지를 확보하고, 설계, 시공, 운영까지 일괄 관리함으로써 임대료를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면 실질적인 청년 주거 안정이 가능해진다. 둘째, 공급 입지를 도심 역세권뿐 아니라, 산업단지, 스타트업 밀집지, 교육기관 인근 등 실수요 중심 지역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특히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경기권, 인천 등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의 소규모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청년층의 수요와 더욱 밀접하다. 셋째, 건축방식 또한 기존 고층 중심의 고밀도 개발에서 벗어나, 셰어하우스형, 복합커뮤니티형, 생활SOC 결합형 등 다양한 주거 유형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청년의 삶은 획일적인 공간이 아니라, 일과 주거, 커뮤니티가 어우러지는 유연한 공간을 필요로 한다. 이런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단순히 숫자만 채우는 공급은 정책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론: 청년주택 정책은 입지보다 구조가 중요하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출발부터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한 상징 사업으로 추진됐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었고, 민간 중심 수익 회수 모델이라는 태생적 제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역세권이라는 입지 요건만으로는 실질적 정책 효과를 담보할 수 없으며, 지금 필요한 것은 공급 방식의 구조적 전환이다. 공공주도의 플랫폼 구축, 수요 밀집 지역 중심의 입지 전환, 임대료 통제를 위한 운영 모델 개선, 청년 맞춤형 주거유형 다변화 등은 모두 단기적인 실적보다 장기적인 주거 복지 실현을 위한 조건들이다. 결국 청년 주거는 공급 숫자보다 어떤 품질과 구조로 공급하느냐가 핵심이다. 청년이 안정적인 삶의 출발선을 설계할 수 있도록, 청년주택 정책 역시 한 단계 더 성숙한 형태로 재설계되어야 할 시점이다.